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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음식이 아니라 작품이다, 김밥의 비주얼과 맛에 감탄한 순간

    본 대본은 서울 광장시장과 인사동 어귀에서 35년째 작은 김밥집을 운영해 오다, 얼마 전 미국 뉴욕에 사는 손녀의 학교 국제 음식 축제에 초청되어 외국인들에게 직접 김밥을 말아주며 “이건 음식이 아니라 예술 작품이다!”라는 극찬을 듣고 돌아온 예순여덟 살 ‘김 여사’가 화자(1인칭 주인공 시점)가 되어 시청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오디오 드라마입니다: 요청하신 지침에 따라 화자 표기(나레이션:, 이름: 등)를 일절 배제하고, 1인칭 주인공의 회고체 서술과 “큰따옴표 대사”, ‘작은따옴표 속마음(독백)’만으로 성우들의 호흡과 연기가 물 흐르듯 이어지도록 집필하였습니다: 또한 각 씬은 최소 2,750자 이상의 풍성한 분량으로 촘촘하게 구성하였습니다:

    태그 (1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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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소풍 가는 날 새벽이면, 부엌 도마 위에서 들려오던 경쾌한 칼질 소리와 온 집안을 가득 채우던 고소한 참기름 냄새를 기억하십니까? 어머니가 김발 위에서 정성껏 말아 썰어주시던 알록달록한 김밥 한 줄에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선 우리 민족만의 사랑과 미학이 담겨 있습니다: 과거 서양인들에게는 그저 ‘일본 스시의 아류’로 오해받기도 했던 한국의 김밥이, 어떻게 세계적인 셰프와 외국인들로부터 “이것은 음식이 아니라 한 폭의 모자이크 예술 작품이다!”라는 경탄을 자아내며 글로벌 K-푸드의 주역으로 우뚝 서게 되었을까요? 평생 김밥을 말아온 한 어머니의 따뜻하고도 가슴 벅찬 이야기를 지금부터 들려드립니다:

    ※ 1: 봄 소풍 날 새벽의 참기름 향기와 어머니의 김밥 꽁다리

    창밖으로 봄바람이 살랑거리며 불어오는 날이면, 예순여덟이 된 제 코끝에는 어김없이 육십 년 전 고향 집 부엌에서 풍겨오던 그 고소하고도 달콤한 냄새가 아른거리곤 합니다: 바로 갓 지은 하얀 쌀밥에 진한 방앗간 참기름과 깨소금을 솔솔 뿌려 주걱으로 버무리던 냄새, 그리고 석쇠 위에서 까만 김을 살짝 구워내던 우리 어머니의 봄 소풍 날 새벽 냄새입니다: 지금 이 이야기를 듣고 계신 여러분께서도 눈을 감고 그 시절을 떠올려 보시면, 소풍 전날 밤 머리맡에 새 운동화와 물통을 나란히 챙겨 두고 설레어 잠 못 이루던 어린 시절의 자신이 보이실 것입니다:

    그 시절 우리에게 김밥이라는 음식은 오늘날처럼 길거리 분식집에서 몇천 원이면 사 먹는 흔한 한 끼가 아니었습니다: 일 년에 딱 두 번, 봄 소풍과 가을 운동회 날에만 맛볼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황홀한 잔치 음식이었지요: 아직 동도 트지 않은 새벽 네 시, 잠결에 눈을 비비며 부엌문 틈으로 고개를 내밀면, 어머니는 호롱불 아래 앉으셔서 도마 위에서 쉼 없이 칼질을 하고 계셨습니다: 노란 달걀지단을 부쳐 곱게 채 썰고, 초록색 시금치를 데쳐 조물조물 무치고, 붉은 당근과 갈색 우엉, 그리고 달콤짭짤한 노란 단무지를 길쭉하게 썰어 소쿠리에 나란히 담아두셨지요:

    대나무로 엮은 발 위에 까만 김 한 장을 올리고, 하얀 밥을 고루 펴 바른 뒤 그 위에 오색찬란한 재료들을 차곡차곡 얹어 두 손으로 꾹꾹 말아내시는 어머니의 손길은 마치 경건한 의식을 치르는 것만 같았습니다: 어머니가 참기름을 바른 식칼로 김밥을 ‘쓱싹, 쓱싹’ 썰어내실 때면, 저는 도마 옆에 쪼그려 앉아 침을 꼴깍 삼키며 제비 새끼처럼 입을 벌리고 기다렸습니다: 그러면 어머니는 웃으시며 김밥 양쪽 끝에 남은 못생긴 조각, 바로 재료들이 삐죽삐죽 튀어나온 ‘김밥 꽁다리’를 제 입에 쏙 넣어주셨습니다:

    “자, 우리 딸 입 크게 벌려라: 원래 김밥은 이 양쪽 끝 꽁다리가 속이 제일 많이 들어서 제일 맛있는 법이란다: 체할라,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라:”

    오물오물 씹을 때마다 입안 가득 터져 나오던 그 고소한 참기름 향과 달걀의 부드러움, 단무지의 아삭함이 어우러지던 그 맛을 어찌 글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요! 저는 어린 마음에 어머니께 여쭈어보았습니다:

    “어머니, 그냥 주먹밥처럼 밥에다 반찬 섞어서 뭉치면 금방 만들 텐데, 왜 이렇게 손이 많이 가게 색깔별로 다 따로 볶아서 김에다 말아요? 어머니 팔 아프시잖아요:”

    어머니는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훔치시며, 잘 썰어진 김밥 단면을 제게 보여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얘야, 이 김밥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렴: 까만 김과 하얀 밥 안에 노란 달걀, 푸른 시금치, 붉은 당근이 꼭 봄동산에 핀 꽃밭 같지 않느냐? 음식이라는 건 배만 채우는 게 아니라 눈으로 먼저 먹고 마음으로 먹는 거란다: 각기 다른 맛과 색깔을 가진 나물들이 까만 김 한 장 품 안에 둥글게 모여 서로 맛을 해치지 않고 어우러지니, 우리 사람 사는 세상도 이 김밥처럼 둥글고 화목하게 살라는 뜻이 다 들어 있는 거지:”

    그 시절에는 어머니의 그 말씀이 그저 옛날 어른들의 덕담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제가 결혼을 하고, 마흔 살 무렵 남편이 사업에 실패해 쓰러졌을 때, 저와 삼 남매를 살려낸 것은 다름 아닌 어머니에게서 어깨너머로 배운 그 ‘김밥 말기’ 기술이었습니다: 저는 서울 인사동과 종로 어귀의 한 평짜리 작은 가게에서 매일 새벽 세 시에 일어나 어머니가 하시던 그대로 우엉을 조리고 시금치를 데치며 삼십오 년 동안 수백만 줄의 김밥을 말았습니다:

    손가락 마디가 다 휘어지고 손바닥에 굳은살이 박였지만, 저는 단 한 번도 공장에서 만든 어묵이나 대충 썬 재료로 김밥을 만든 적이 없었습니다: 언제나 어머니가 말씀하셨던 그 ‘봄동산의 꽃밭’처럼, 한국 전통의 ‘오방색’이 김밥 한 알 한 알마다 선명하게 살아 숨 쉬도록 온 정성을 다해 말아냈습니다: 그리고 제 평생의 땀이 서린 그 작은 김밥 한 줄이, 바다 건너 파란 눈의 외국인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예술적 충격과 감동을 안겨주게 될 줄은 저 자신도 미처 몰랐습니다:

    ※ 2: 비린 생선이 든 스시인 줄 알았어요!

    지금으로부터 약 칠팔 년 전,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부쩍 늘어나던 어느 가을날 오후였습니다: 제 가게가 인사동 골목 어귀에 있다 보니 가끔 배낭을 멘 외국인들이 유리창 너머로 제가 김밥 마는 모습을 신기하게 구경하곤 했지만, 선뜻 들어와 사 먹는 사람은 드물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서양 사람들은 검은 김으로 밥을 만 음식을 보면 무조건 일본의 ‘스시’나 ‘마키’라고 생각했고, 그 안에 날생선이 들어 있을 것이라 지레짐작하여 거부감을 느끼곤 했기 때문입니다:

    그날도 점심 장사를 마치고 한숨 돌리고 있는데, 가게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더니 오십 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훤칠한 백인 신사 한 분이 한국인 통역 청년을 대동하고 들어왔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분은 프랑스 파리에서 미슐랭 별을 받은 유명 레스토랑의 총주방장인 ‘장 피에르’라는 셰프였는데, 한국의 전통 식문화를 답사하러 왔다가 골목길에 퍼지는 제 가게의 참기름 냄새에 이끌려 발걸음을 멈춘 것이었습니다:

    통역 청년이 제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사장님, 이분은 프랑스에서 오신 세계적인 요리사님이신데요, 밖에서 유리창 너머로 사장님이 김밥 마시는 손놀림을 보시고는 도대체 저게 무슨 음식인지 꼭 맛보고 싶다고 하셔서 모시고 들어왔습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전통 김밥으로 두 줄만 말아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반가운 마음에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아이고, 귀한 손님이 오셨네! 그럼요, 당장 갓 지은 밥으로 가장 맛있게 말아드리지요: 여기 도마 바로 앞자리에 앉으셔서 구경하시라고 하세요!”

    장 피에르 셰프는 도마 바로 앞 의자에 앉아 안경을 고쳐 쓰더니, 마치 보석 세공사를 바라보는 듯한 매서운 눈빛으로 제 손끝을 주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처음 그의 표정에는 약간의 호기심과 함께 ‘길거리의 흔한 패스트푸드겠지’ 하는 거만한 기색이 살짝 묻어 있었습니다: 그는 통역에게 나직한 목소리로 중얼거렸습니다:

    “일본의 노리마키와 비슷해 보이는군요: 밥에 식초와 설탕을 섞고 가운데에 날생선 한두 가지를 넣어 마는 단순한 음식 말입니다:”

    통역이 그 말을 전해주자, 저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청년, 저 프랑스 주방장님께 똑똑히 말씀드려요: 우리 한국 김밥은 일본 김초밥하고는 근본부터가 완전히 다른 음식이라고요! 일본 스시는 시큼한 식초 밥에 찬 날생선을 넣지만, 우리 김밥은 따뜻한 밥에 고소한 참기름과 소금으로만 간을 하고, 땅에서 자란 온갖 나물과 채소를 각기 다른 기름과 양념으로 볶아 넣는 정성의 결정체라고 말이에요!”

    저는 보란 듯이 김발 위에 완도산 곱창김 한 장을 척 올렸습니다: 그리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고슬고슬한 흰쌀밥을 참기름과 깨소금으로 버무려, 밥알이 으깨지지 않도록 손끝으로 구름을 펴듯 얇고 고르게 김 위에 펴 발랐습니다: 그 순간, 고소한 참기름 향기가 피어오르자 장 피에르 셰프의 코가 벌름거리더니 눈이 살짝 커졌습니다:

    이어서 저는 앞쪽에 놓인 일곱 가지 재료 그릇에서, 초록빛 시금치나물, 주황빛 당근 채, 황금빛 달걀지단, 짙은 갈색의 조린 우엉과 표고버섯, 붉은빛의 구운 쇠고기, 그리고 노란 단무지를 차례차례 집어 밥 한가운데에 한 줄기 무지개를 쌓듯 정갈하게 올렸습니다: 그리고 대나무 김발을 들어 단 한 번의 흐트러짐도 없이 ‘스르륵, 꾹, 꾹’ 말아낸 뒤, 김밥 겉면에 참기름을 솔로 살짝 바르고 볶은 참깨를 솔솔 뿌렸습니다:

    진짜 마법은 그다음 순간에 일어났습니다: 제가 날 선 식칼에 참기름을 살짝 묻혀, 통통하게 말린 검은 김밥의 허리를 일정한 간격으로 ‘착, 착, 착, 착’ 썰어내어 흰 접시 위에 단면이 위로 보이도록 꽃잎처럼 둥글게 돌려 담았습니다:

    접시가 테이블 위에 놓이는 바로 그 순간, 팔짱을 끼고 앉아 있던 프랑스 미슐랭 셰프 장 피에르 씨가 갑자기 자리에서 엉덩이를 반쯤 들더니,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탄성을 터뜨렸습니다!

    “세상에 맙소사! 이것을 보십시오! 겉에서 볼 때는 그저 검은 원통에 불과했는데, 칼로 자르는 순간 그 속에서 현란한 색채의 보석함이 터져 나왔습니다! 검은색 테두리와 하얀 쌀밥의 캔버스 안에 초록, 주황, 노랑, 갈색, 붉은색이 완벽한 대칭과 조화를 이루고 있어요! 이것은 단순한 길거리 음식이 아니라, 비잔틴 시대의 정교한 모자이크 벽화이자 한 폭의 현대 미술 작품입니다!”

    그는 너무나 감격한 나머지 젓가락으로 김밥을 집어 들기 전에 휴대전화를 꺼내 접시 위 김밥의 단면을 수십 장이나 찍어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김밥 한 알을 조심스럽게 집어 입안에 통째로 넣고 눈을 감은 채 천천히 씹기 시작했습니다:

    일 초, 이 초, 삼 초… 가게 안에는 고요한 정적이 흘렀습니다: 잠시 후, 눈을 번쩍 뜬 장 피에르 셰프가 두 손으로 자신의 뺨을 감싸 쥐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외쳤습니다:

    ‘세상에, 내 입안에서 지금 오케스트라 교향곡이 연주되고 있어! 비린 생선 맛 따위는 전혀 없잖아! 바삭하고 향긋한 해조류)와 고소한 참기름 밥이 먼저 미각을 감싸고, 그 뒤로 아삭한 우엉과 당근, 폭신한 달걀, 쫄깃한 버섯과 고기의 감칠맛이 일곱 겹의 파도처럼 한꺼번에 밀려오다니! 어떻게 한 입 크기의 작은 원 안에 이토록 완벽한 식감의 대비와 영양의 균형을 모두 가두어 놓을 수 있단 말인가!’

    그는 남은 김밥 한 줄을 게 눈 감추듯 순식간에 비워내더니, 마지막 남은 ‘김밥 꽁다리’까지 입에 넣고 씹으며 제 앞으로 다가와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허리를 숙여 인사했습니다:

    “마담! 저는 파리에서 삼십 년간 요리를 하며 수많은 미식을 접해 보았지만, 오늘 당신이 만들어준 이 ‘김밥’만큼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미각적인 황홀함을 동시에 완벽하게 충족시키는 음식은 처음 보았습니다: 제가 한국의 김밥을 일본 스시의 아류라고 생각했던 무지를 용서하십시오: 당신은 요리사가 아니라 위대한 예술가입니다!”

    세계적인 프랑스 요리사의 그 진심 어린 찬사에, 평생 분식집 아줌마로만 살아왔던 제 가슴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울컥 치밀어 올랐습니다: 어머니가 물려주신 그 새벽의 정성이 세계인의 눈에도 ‘예술 작품’으로 비친다는 사실이 너무나 자랑스러웠던 것입니다:

    ※ 3: 뉴욕 한복판에서 펼쳐진 ‘김밥 말기’ 마법과 기립박수

    그 일이 있고 몇 해 뒤인 작년 가을이었습니다: 저는 삼십오 년간 운영하던 가게를 아들과 며느리에게 물려주고, 미국 뉴욕에 살고 있는 작은딸네 집으로 생애 첫 해외 나들이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미국 회계사와 결혼해 뉴욕 외곽의 백인 중산층 동네에 사는 제 작은딸에게는 열 살짜리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손녀 ‘세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뉴욕에 도착한 지 사흘째 되던 날 저녁, 손녀 세아가 학교에서 돌아오더니 시무룩한 표정으로 제 무릎에 얼굴을 묻는 것이었습니다:

    “할머니, 이번 주 금요일에 우리 학교에서 ‘세계 문화의 날’ 축제를 열거든요: 반 친구들의 엄마나 할머니들이 자기 나라 전통 음식을 만들어 와서 나눠 먹는 날인데… 내 짝꿍 제이슨이 한국 음식은 마늘 냄새나고 맵기만 해서 아무도 안 먹을 거라고 놀렸단 말이에요: 다른 애들은 이탈리아 피자나 멕시코 타코, 프랑스 마카롱을 가져온다는데 어떡해요?”

    손녀의 풀이 죽은 모습을 보자, 제 속에서 삼십오 년 김밥 장인의 오기가 불끈 솟아올랐습니다! 저는 손녀의 작은 어깨를 토닥이며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우리 세아, 걱정 붙들어 매거라! 이 할머니가 누구냐? 서울 인사동에서 외국인들도 줄 세워 먹이던 김밥 명인 아니더냐! 할머니가 금요일에 너희 학교에 가서, 그 코 높은 미국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접시를 들고 줄을 서게 만들어 줄 터이니, 너는 어깨 딱 펴고 있거라!”

    작은딸은 “엄마, 미국 애들은 검은 김을 검은 종이 같다고 안 먹는 애들도 많고, 땅콩이나 고기 알레르기 있는 애들도 많아서 까다로워요”라며 걱정했지만, 저는 코웃음을 쳤습니다: 한국 김밥의 가장 위대한 점이 무엇입니까? 바로 속에 들어가는 재료를 무궁무진하게 바꿀 수 있는 ‘포용력’이 아니겠습니까!

    금요일 아침, 저는 새벽 세 시부터 일어나 딸네 부엌에서 대작전을 시작했습니다: 고기를 못 먹는 채식주의자 미국인들을 위해서는 아보카도와 파프리카, 우엉과 유부를 넣은 ‘오색 채소 김밥’을 준비했고, 아이들을 위해서는 한국식 불고기와 고소한 치즈를 듬뿍 넣은 ‘불고기 치즈 김밥’을, 그리고 매콤한 맛을 좋아하는 어른들을 위해서는 볶은 김치와 참치를 넣은 ‘김치 참치 김밥’까지, 속 재료를 스무 가지가 넘게 다채로운 색깔로 준비해 큰 아이스박스에 담아 학교 강당으로 향했습니다:

    학교 강당에 도착해 보니 수백 명의 미국인 학부모들과 아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피자 부스나 컵케이크 부스 앞에는 아이들이 바글바글 몰려 있는데, 한복 조끼를 곱게 입은 저와 딸이 차린 ‘KOREA - KIMBAP’ 부스 앞은 처음엔 썰렁하기만 했습니다: 손녀를 놀렸다던 개구쟁이 제이슨과 미국 엄마들이 팔짱을 끼고 멀찍이 서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 할머니는 왜 검은 종이 같은 해조류를 쌓아놓고 계신 거지? 날생선이 들어가는 스시를 만드나 봐: 애들이 비려서 안 먹을 텐데…”

    저는 조금도 주눅 들지 않고, 보란 듯이 테이블 정중앙에 큰 도마와 대나무 김발을 펼쳤습니다: 그리고 강당 전체에 고소한 향기가 퍼지도록 즉석에서 전기 팬에 참기름을 두르고 쇠고기와 당근을 한 번 더 볶아냈습니다! 고소한 참기름과 달콤한 불고기 간장 냄새가 강당 공기를 타고 퍼져 나가자, 피자를 먹던 미국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고개가 하나둘씩 저희 부스 쪽으로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모여든 미국인들 앞에서 마치 마술사가 공연을 하듯 현란한 손놀림으로 김밥을 말기 시작했습니다: 까만 김 위에 하얀 밥을 펴고,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색 재료를 얹어 순식간에 둥글게 말아낸 뒤, 참기름을 바른 칼로 ‘트르륵, 탁!’ 소리가 나게 썰어내어 대형 원형 접시 위에 무궁화 꽃이 피어나듯 수백 알의 김밥을 화려하게 세팅했습니다! 더 나아가 달걀지단으로 꽃 모양을 만든 ‘꽃 김밥’과, 네모난 격자무늬가 나오는 ‘모자이크 김밥’까지 썰어내어 단면을 공개하자, 부스 앞을 둘러싼 미국인들 사이에서 일제히 우레와 같은 탄성과 비명에 가까운 환호가 터져 나왔습니다!

    “오, 마이 갓! 저 단면 좀 봐! 저게 정말 음식이라고? 꽃이 피어났어!”

    “원더풀! 너무 예뻐서 도저히 입에 넣기가 아까울 정도야! 이건 음식이 아니라 보석 공예 작품이야!”

    학교 교장 선생님인 백발의 미국인 여성이 가장 먼저 앞으로 나와 불고기 김밥 한 알을 입에 넣더니, 두 눈을 크게 뜨고 엄지손가락 두 개를 번쩍 치켜들었습니다!

    “어메이징! 날생선이 아니라 달콤한 바비큐 소고기와 신선한 채소가 다섯 가지나 들어 있어요! 고소한 세서미 오일 향기가 입안에서 춤을 추네요! 세아 할머니, 이건 오늘 우리 학교 축제의 최고 걸작입니다!”

    교장 선생님의 극찬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까 한국 음식을 놀렸던 짝꿍 제이슨이 쭈뼛거리며 다가와 김밥 한 알을 집어 먹더니, 볼이 미어터져라 김밥을 씹으며 외쳤습니다:

    “와아! 세아야, 미안해! 이거 피자보다 백배는 더 맛있어! 할머니, 저 한 줄만 더 주시면 안 돼요?”

    그 순간부터 저희 한국 부스 앞에는 강당 끝까지 줄이 길게 늘어서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피자와 타코는 다 식어서 남아돌고 있는데, 제가 가져간 쌀 한 가마니 분량의 김밥 삼백 줄이 불과 한 시간도 안 되어 꽁다리 하나 남지 않고 완전 매진되어 버린 것입니다! 마지막 김밥을 썰어 나누어 드렸을 때, 강당에 모인 미국인 학부모들과 교사들이 저와 손녀 세아를 향해 뜨거운 기립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손녀 세아는 제 허리를 꽉 끌어안으며 “우리 할머니가 세상에서 최고야!”라고 외쳤고, 저는 앞치마 자락으로 몰래 눈가의 이슬을 훔쳤습니다:

    ※ 4: 냉동 김밥 품절 대란을 넘어 세계인의 소울푸드가 되다

    그날 학교 축제가 끝난 뒤, 손녀네 동네에서는 재미있는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학교 엄마들이 딸에게 전화를 걸어와 “어머니께 김밥 마는 법을 배우고 싶은데 쿠킹 클래스를 열어달라”고 조르는가 하면, 인근의 미국 대형 마트인 ‘트레이더 조’에 한국에서 수출한 냉동 김밥이 들어오자마자 동네 미국인들이 오픈런을 해서 싹쓸이해 가는 바람에 품절 대란이 벌어진 것입니다!

    귀국하기 전날, 저는 딸과 함께 그 유명한 미국 마트에 직접 가보았습니다: 파란 눈의 미국 주부들이 카트에 한국산 냉동 김밥을 다섯 줄씩 담으며 서로 나누는 이야기를 듣고 저는 다시 한번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 코리안 김밥은 전자레인지에 2분만 돌리면 방금 한국 할머니가 싸주신 것처럼 고소하고 따뜻해요: 무엇보다 햄버거나 피자 같은 정크푸드와 달리, 한 알 안에 시금치, 우엉, 당근, 두부, 밥이 완벽한 비율로 들어 있어서 우리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건강하고 아름다운 음식이에요!”

    여러분, 왜 지금 전 세계가 이토록 한국의 김밥에 열광하며 “이것은 음식이 아니라 작품이다”라고 찬사를 보내는 것일까요? 서양의 햄버거나 샌드위치는 빵 사이에 재료를 겹겹이 쌓아 올리기 때문에, 한입 베어 물면 소스가 줄줄 흐르고 재료들이 뒤죽박죽 빠져나와 모양이 흐트러지기 일쑤입니다: 또한 일본의 스시는 차가운 생선 한 가지 맛에만 집중하는 고독한 음식이지요:

    하지만 우리 대한민국이 세계에 건넨 ‘김밥’은 다릅니다: 김밥은 처음부터 끝까지 ‘배려와 조화의 미학’으로 완성된 음식입니다: 먹는 사람이 손에 하나도 묻히지 않고 한 입에 쏙 넣어 모든 영양소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도록 한 입 크기로 정갈하게 썰어내는 배려! 그리고 자기주장이 강한 일곱, 여덟 가지의 서로 다른 재료들이 까만 김이라는 하나의 울타리 안에서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어우러져, 칼로 자르는 순간 가장 아름다운 오방색의 꽃으로 피어나는 화합의 철학! 이것이 바로 김밥을 단순한 요리가 아닌 ‘예술 작품’의 반열에 올려놓은 비밀인 것입니다:

    서울로 돌아와 다시 인사동 가게 앞에 서서 아들과 며느리가 김밥 마는 모습을 지켜보는 요즘, 제 가게에는 이제 한국 손님보다 외국인 손님들이 더 길게 줄을 서곤 합니다: 그들이 썰어 놓은 김밥 단면을 보며 “뷰티풀! 아트!”라고 외치며 김밥 꽁다리를 서로 먹겠다고 웃음 짓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저는 하늘에 계신 제 어머니의 따뜻한 미소를 떠올립니다:

    ‘어머니, 보셨지요? 옛날 소풍 날 새벽, 어머니께서 호롱불 아래서 자식들 기죽지 말라고 정성껏 말아주시던 그 알록달록한 김밥이, 이제는 전 세계 사람들의 눈과 입을 행복하게 해 주는 가장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작품이 되었습니다:’

    오늘 밤, 이 이야기를 듣고 계신 여러분의 마음속에는 누구의 김밥이 남아 있습니까? 우리 어머님들의 그 거룩한 손맛과 정성이 담겨 있기에, 한국의 김밥은 앞으로도 영원히 세계인의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최고의 걸작으로 남을 것입니다: 고소한 참기름 향기가 솔솔 풍기는 그 그리운 소풍 날의 추억을 이불 삼아, 오늘 밤도 세상에서 가장 평안하고 포근한 잠을 이루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오늘 준비한 〈“이건 음식이 아니라 작품이다”, 김밥의 비주얼과 맛에 감탄한 순간〉 이야기, 흐뭇하게 들으셨나요? 소풍 날 새벽 어머니가 싸주시던 사랑의 도시락이, 이제는 오방색의 화려한 단면과 완벽한 영양으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K-푸드의 예술 작품이 되었다니 참으로 뿌듯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오늘 이야기가 따뜻하고 즐거우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그리고 알림 설정까지 꼭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시는 김밥 속 재료나 소풍 날의 추억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저희는 내일 밤에도 더욱 흥미롭고 가슴 따뜻한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오늘 밤도 평안하고 좋은 꿈 꾸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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